2010.05.24 16:57 PM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는 것을 ‘뺑소니’라고 한다. 운전 중 실수나 고의로 행인을 치어서 다치게 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주는 등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1항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이는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나 일반인들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주차한 후 차에서 내리기 위해 운전석 문을 열다 행인을 친 운전자가 구호조치 없이 현장에서 이탈했다면, 전술한 법에 따라 ‘뺑소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운전자는 도로위에서 뿐만 아니라 운전을 마친 뒤에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경을 쓰라는 사법부의 경고라 할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심은 피고인이 도로변에 자동차를 주차한 후 하차하기 위해 문을 열다가 마침 후방에서 진행해 오던 피해자 운전 자전거의 핸들부분을 운전석 문으로 충격하고, 그로 인해 넘어진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현장에서 이탈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차량 운전자, 즉 자동차의 교통으로 인해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이 같은 판단은 옳고, 법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교통’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없다”고 밝혔다.

보통의 운전자라면 주차 후 문을 열다 행인을 충격했을 때 모르는 척하고 그 자리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피해자를 방치한 채 떠난 운전자의 책임을 묻고, 사고로 다친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다 폭넓게 보호해주겠다는 재판부의 결정은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이와 같은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피해자에게 도리어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차 후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고의로 문에 부딪친 후 괜찮다고 운전자를 순순히 보낸 후 나중에 증상이 나타났다며 ‘뺑소니’ 혐의를 뒤집어씌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전자들을 상대로 하는 상습사기단들은 운행 중인 차에 고의로 부딪친 후 현장에서는 괜찮은 것 같다고 운전자를 안심시키고 헤어지고 나서 ‘뺑소니’ 혐의를 씌우며 합의를 요구한다.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주차 후에 차문을 열 때 지나는 행인이 없는지 유의하고, 혹시 행인을 다치게 했다면 구호조치를 성심껏 해야 할 것이다.

박준상 변호사 (베리타스 종합법률사무소 대표 /02-598-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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