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9 14:02 PM

한국 프로배구가 세터 출신 감독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과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대행의 감독직 복귀로 프로배구 남자부 6개 팀(신협상무 제외) 중 절반인 3개 팀, 여자부 5개 팀 중 2개 팀 감독이 세터 출신이다.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 신치용,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 대행,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 황현주, GS칼텍스 이성희 감독이 선수 때 세터로 뛰었다.

세터는 6명이 뛰는 배구 경기에서 화려한 공격수에 밀려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난히 많은 숫자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정규 시즌과 챔피언 결정전을 통틀어 남녀 최우수선수(MVP)는 모두 레프트, 라이트, 센터 등 공격수의 몫이었다.

비공격수로는 2008~2009시즌 삼성화재 세터 최태웅이 챔프전 MVP로 선정된 것이 유일하다.

비록 세터는 인기를 끌진 못하지만 야구의 '투수놀음'에 비겨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배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야전사령관'에 흔히 비유되곤 하는 세터가 볼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경기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흔하며 코트에서 감독을 대신해 작전을 총지휘하기도 한다.

또 경기 때마다 달라지는 동료 선수의 컨디션을 챙겨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게 좀 더 공을 많이 올려줘야 하고 상대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도 세터 역할이다.

감독들은 경기 중 작전 타임 때도 코트에 서 있는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세터에게 가장 많은 작전 지시를 내린다.

이 때문에 공수를 조율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세터는 이미 선수 때부터 감독 수업을 차근차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터 출신 감독을 구단이 선호하는 이유도 선수에게 경기를 읽는 눈을 키워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국 배구의 대표적 사령탑인 김호철 감독은 선수 시절 원조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김 감독은 1975∼1986년 남자 대표팀 부동의 세터로 활약했고, 1981년 이탈리아로 건너가서는 2부 리그 팀의 첫 우승과 1부 리그 승격을 이끌어내 '황금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을 2번이나 프로배구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감독으로서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선수로서는 그리 빛을 보진 못했지만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5번 중 3번 우승하며 한국 프로배구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우뚝 섰다.

김호철 감독의 컴퓨터 세터 계보를 잇는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 대행은 노련한 경기운영과 상대 블로커의 혼을 빼놓는 현란한 토스로 1990년대 초반까지 부동의 국가대표 세터로 활약했다.

지난달까지 부진했던 대한항공은 신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지난 5일까지 7승1패를 거두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은 선수 시절 백업 세터에 그쳤으나 감독이 된 뒤에는 2006~2007시즌 흥국생명을 통합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또 작년 5월 약체 현대건설의 사령탑으로 부임해서는 올 시즌 현대건설을 여자부 최강팀으로 바꿔놓았다.

김호철 감독은 세터 포지션에 대해 "세터 출신이라면 아무래도 전체 경기를 보는 눈이 다르다"며 세터 출신 감독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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