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4 14:44 PM

기존 경영 관행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부각되고 있다. 일하는 날짜와 시간을 구성원 마음대로 정하는 셈코, 직급에 관계없이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내고 팀원들을 모아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일하는 구글, CEO를 투표로 뽑고 보스와 조직이 없는 고어 등이 그 예이다. 이들 기업들은 구성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구성원의 창의적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 자율성 부여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 환경이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지다 보니이들은 의사결정의 권한을 오히려 고객 접점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이양할 때 보다 효과적이고 민첩한 실행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구성원 자율성 부여는 HR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영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단지구성원들이 인간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구축하는데에서 나아가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자율성 부여가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구성원 자율성 부여를 방해하는 생각들은 무엇이며, 자율성이 넘치는 조직이 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그의 베스트셀러 ‘기업의 인간적 측면’에서 관리자가 직원을 보는 시각에는 X이론과 Y이론의 2가지 시각이 있다고 소개했다. X이론 관점은구성원들이 천성적으로 일하기 싫어하고 게으름 피울 기회만 찾는 존재이기 때문에, 관리자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을 계속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Y이론 관점은 구성원들이 목표만 공유하면 스스로 방향을 잡아서 열심히 일하고, 보통의 직원들도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면, 얼마든지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1960년에 Y이론을 통해 구성원 자율성의 개념이 소개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껏 대부분의 경영 관행은 X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Y이론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화제다. 일주일 가운데근무일이나 근무 시간을 구성원들 스스로 결정하는 회사,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주니어급의 사원이 프로젝트 팀원들을 모아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회사, CEO를 투표로 뽑고, 관리 계층이 존재하지 않으며 조직도가 없는 회사 등… 과연 이런 ‘말도 안되는 경영 방식들’로 운영되는 회사들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다. 존재하더라도 이제 막 새로 생겨난 이름 없는 작은 벤처 회사이거나 괴짜들이 모여 있는 소규모의 광고 회사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위의 이야기가 최근 혁신적인 기업으로 주목 받으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구글, 고어, 교세라, 셈코 등의 실제 사례라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철저히 Y이론에 기반을 두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구성원 자율성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온라인 가상 세계인 ‘세컨드 라이프’로 유명한 린덴 랩의 창업자 겸 회장필립 로즈데일은 “이제는 직원 대부분에게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해야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성원 자율성은 단지 구성원들이 인간답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기업의 성과 창출에도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경영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구성원 자율성 부여는 기업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경영 방식으로 고민해 봐야 할 때이며, 이에 HR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구성원 자율성이 왜 중요하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으로 변모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는 무엇인지, 그리고 구성원 자율성 부여를 위해서는 무엇부터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Ⅰ. ‘구성원 자율’이 중요해지는 시대

사실 자율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Y이론 이래로 구성원 자율성은 권한이양(employee empowerment)이란 이름으로 재차 강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새삼 ‘자율’이 향후 기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하는 방식이 변화, ‘성실’에서 ‘창의’로

자율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그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창의적으로 일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이다.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기업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의적 역량을 제고하고 창조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율성의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실성의 한계를 넘어야 할 때…

물론 성실성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긴 하다. 하지만 더 이상 기업의 경쟁 무기라고 하기엔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 실제로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구성원들이 오래 근무한다고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 시간에 맞춰서 일을 늘이는 경향이 있다’는 변형된 파킨슨의 법칙이 이를 잘 말해준다. 또한 IT기업 컨설팅 회사의 공동 대표인 톰 디마르코와 티모시 리스터는 그들의 저서 ‘피플웨어’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초과 근무는 단기간에 업무를 끝내는 데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구성원들은 초과 근무한 만큼 일을 덜하게 되고 일에의 집중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상쇄 효과를 일으켜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업무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아서 처음부터 전력 질주를 시키면 오히려 성과도 나지 않고 결국 관리자에 대한 신뢰만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구성원 몰입을 유도해야…

또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과열되고 그 어느 기업도 안정적 1등을 보장할 수 없는 환경 하에서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누가 더 빨리 선보이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능동적 태도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창조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칙센트 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은 강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몰입이 되기까지에는 사람마다 준비 기간이 있다”고 한다. 소위 ‘발동 걸리기’ 전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사고를 전환하고 생각에 집중하며 다양한 소스의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신 한번 몰입 상태에 들어서면 그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업무에 집중하고, 잡념도 생기지 않으며, 시간 개념도 상실하게 되는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몰입하게 되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되어 높은 창의성이 발현되는 동시에, 구성원들은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게 되므로 자발적인 보상 효과도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구성원들의 몰입을 유도하는 환경을 구축해야만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도 기업은 기존의 관리/통제형 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의 불확실성과 복잡성 증대로 리더에게 버거운 의사결정 부담

경영의 불확실성, 복잡성이 증대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구성원 자율의 필요성을 늘리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불확실성 및 복잡성 증대는 의사결정 사안 을점점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점점 리더가 혼자서 모든 사안을 챙기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제때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일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권한을 가지고 일정 부분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만 한다.

의사결정 범위 증폭

과거에는 똑똑한 리더 한 명으로도 회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경영 환경이 비교적 예측 가능했기 때문에 지혜와 통찰력을 지닌 리더가 문제를 간파하고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 이슈들이 매우 다양화되고 있으며 예측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의사결정의 범위가 증폭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아무리 똑똑한 리더라 하더라도 경영의 모든 사안들을 커버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월프리드 로리에대의 벤슨 호니그 교수와 이스라엘 경영대의 드로리 교수가 1996년 창업 후 7년만에 무너진 한 컴퓨터 그래픽 기업을 분석한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회사가 초기의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바로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이 있는 똑똑한 창업자에게만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Web 2.0 시대에 의사결정자의 역할 변화

아울러 이는 의사결정 범위 증폭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사결정의 내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Web 2.0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간, 집단간 소통 및 정보 활용의 새로운 방식이 출현하고 있다. Web을 통해 시장과 고객의 실시간 정보 확보가 가능해지고 있으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의 파워가 앞으로는 점점 더 증대될 것이다. 문제는 기업 내 의사결정자들은 여전히Web과의 친숙도도 떨어지고 트렌드에 민감하지도 않은 세대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과거 다양한 성공 경험으로 무장한 리더라 하더라도 Web 2.0 시대에는 고객과 시장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기업은 의사결정자와 소비 파워를 지닌 젊은 고객층간의 격차(gap)를 줄이기 위한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고객 접점에 있는 구성원들의 참여와 소통을 활성화시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Web 2.0 시대에는 수평적, 수직적 정보 공유가용이하여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도 구성원 자율성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대응이 생명

경영 환경의 변화는 더욱 빠른 의사결정의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거에는 최고경영층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하부로 전개하는 것이 일사불란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집중식 의사결정은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오히려 민첩하고 유연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구성원들이 리더의 승인이나 지시를 기다리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수의 리더에게 집중된 권한을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분배해줄 필요가 있다. 각 분야별 전문 실무진들에게 의사결정을 일부 맡기고, 그들에게 적절한 권한을 배분하여 제때 고객과 시장의 반응에 대응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Ⅱ. 자율에 대한 잘못된 생각

앞으로의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이제 ‘자율’은 기업의 중요한 성공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듯 싶다. 그러나 관리와 통제, 그리고 위계에 익숙하던 우리 기업들이어느 날 갑자기 ‘자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은 관리/통제 중심의 경영 방식에 익숙한 탓에, 자율 중심의 경영 방식을방해하는 요인들도 여전히 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자율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① ‘자율? 구성원들을 내버려두라는거야?’

첫째는 ‘자율’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오해이다. 많은 리더들이 ‘자율’ 또는 ‘임파워먼트’에 대해서 부담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는 자율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율을 방임과 혼동하고 자율적인 경영이라 하면 ‘관리를 하지 않거나’ 또는 ‘느슨하게 한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구성원들 역시 ‘자율적으로 하라면서 왜 나를 100% 내버려 두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율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것, 또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는 ‘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둠’이라는 의미의 ‘방임’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즉,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한다’ 함은, 목표를 인지하고 업무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되 분명히 그에 대한 책임도 함께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단지 혼자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거나 구성원 개인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지시에 따르는 수동적 태도를 지양하고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을 지니고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몰입하고 노력하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실제로 찰스 만츠와 헨리 심스 주니어는 그들의 저서 ‘슈퍼 리더십’에서 자율의 키워드로, 구성원들의 솔선수범, 자기 책임, 자신감, 스스로의 목표 설정, 긍정적 사고,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꼽고 있다. 업무를 스스로 수행할 정도의 역량도 갖추고, 자발적이고 능동적 태도,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그에 대한책임감을 갖는 상태가 바로 자율권을 부여 받은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왕광핑과 페기 D.리의 연구(2009)에 따르면 자율권 부여 즉 임파워먼트는 의미(meaning), 역량(competence), 선택(choice), 그리고 영향력(impact)이라는 4가지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즉, 업무 목적이나 가치에 대한 일체감,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및 스킬 수준, 업무 과정중의 결정권,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높을수록 구성원들은 자율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결코 내버려 두라거나, 구성원들이 제멋대로 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방임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따라서 리더들은 자율을 ‘구성원들이 편하도록 내버려둠‘이라고 인식하던 오해에서 벗어나고, ’구성원들이 회사의 가치 창출을 위해 구성원들이 역량을 갖추고 스스로 고민하며 자발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자율적인 상태'가 되도록 조력해야 한다.

② ‘권한 이양 했다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는 것 아냐?’

둘째는 조직 내 권한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일부 리더들은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어야 조직 내 위상이 높아진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업무를 부하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의사결정 권한이나 책임 역시 분배하면 내 고유의 리더십이 분배되면서 결국 나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이 지나치면 간혹 리더들은 자신이 모든 업무를 관장하고 구성원들과 정보 공유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려는 독재형 리더가 되기도 한다. 결국 리더 본연의 역할보다는 세세한 업무를 모두 관리/통제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구성원들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에 중앙집중화 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집중식 리더십은 구성원 역량을 개발하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예스맨’만 양산하게 된다. 또한 이제는 리더가 모든 업무에 대해 가장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리더는 제 무덤제가 파는 형국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마크 E. 뷰런과 토드 새퍼스톤은HBR(Harvard Business Review)에 ‘신임 리더를 파멸로 이끄는 5가지 덫’을 소개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과, 직속 부하 직원들의 업무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행동은 신임 리더가 실패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리더는 리더십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리더는 자신이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주위 사람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력하는 사람이다. 더구나 앞으로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안을 창출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에, 이제 리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위에 유능한 인재를 더 많이 두고 그들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재패한 이유는 그 자신이 정말 똑똑했기 때문이 아니라, 소하, 장량, 한신 등의 인재를 고루 쓰면서 그들의 지혜와 힘을 빌렸기 때문이고, 반면 항우는 독단적이고 독선적 의사결정을 하며 범증이라는 유능한 인재를 곁에 두고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예를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어찌보면 오늘날 요구되는 리더의 자질은 짐 콜린스가 말한 ‘레벨 5 리더십’이라고 볼 수 있겠다. 즉, 이제 리더는 겸손함을 갖추고 자신의 야망보다는 회사를 위해 자신보다 더 나은 승계자를 육성하며, 안되면 거울을 보며 내 탓을 할 줄 알고, 잘되면 창문을 통해 부하들에게 공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것이 곧 조직 성과를 제고하는 길이며 리더 개인의 성과로도 인정받는 길이다. “팀을 잘 구축하여 활용하는 역량과 인재 개발 역량을 보유한 리더들은 그렇지 않은 리더에 비해 거의 60%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마크 E. 뷰런과 토드새퍼스톤의 연구 결과도 이를 잘 뒷받침해 준다.

③ ‘내가 옳아…역량이 부족한데 어떻게 믿고 맡겨?’

세번째는 ‘내 판단이 옳다’는 리더의 자기 과신과 구성원 역량에 대한 불신을 들 수있다. 리더는 관장하는 조직 내의 모든 구성원 중에서 자신이 가장 많이 알고 있거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리더는 오랜 경험을 통해 많은 지혜를 축적하고 있고, 다방면의 지식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리더가 정확하고 올바른 해결안을 제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문제가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면서 경쟁사와 차별화된 창의적 대응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기존 논리를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현해야 한다. 그런데, 자칫 리더는 자신의 논리에 빠질 수 있고, 자신의 논리를 깨뜨리는 새로운 해결안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앤드루 캠벨, 조 화이트헤드, 시드니 핀켈스타인의 HBR 논문에 따르면 “훌륭한 리더들도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애착,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과거의 기억 등으로 어이없고도 위험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부하 직원들이 위험하다는 근거와 자료를 제공해줌에도 불구하고, 리더는 이를 무시한 채 왜곡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모토로라 이리듐 프로젝트의 실패는 리더의 자기과신으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모토로라 엔지니어들은 이리듐 위성 전화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1980년대 초반 휴대전화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불장군이었던 당시 CEO는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리듐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1998년 80억 달러의 손실을 내며 포브스지가 선정한 ‘비즈니스상의 대 실수’ 반열에 오르는 오명을 기록했다. 따라서 리더는 항상 자기가 옳다는 과대한 자기 과신을 버리고, 전문가로서 또 실무자로서의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 등을 청취하는 부하 직원들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구성원들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지닌 리더들은 그들의 역량 수준에 대해 불안감과 불신을 형성하기도 한다. 일부 리더는 부하 직원들의 역량 수준이 성숙되지 않아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메바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구성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 교세라는 완벽하진 않지만 장래성 있는 구성원들을 아메바의 리더로 적극 등용한다고 한다. 물론 설령 좋은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회사의 기둥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약간 경험이 부족해 불안한 인재라 하더라도 리더로 적극 등용해 경영자로서의 자각과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회사 차원에서는 오히려 더 큰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역량이 부족한 인재에게 무턱대고 역량도 안되는 큰 일을 맡길 수는 없다. 그러나, 리더가 적절한 수준의 업무를 부여하고 옆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심지어는 주니어급의 젊은 사원들도 충분히 제 역량을 발휘해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OOO는 안돼’가 아니라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OOO는 할 수 있을거야’라는 발상의 전환을 가질 필요가 있다.

④ ‘보안이 생명인데…어느 범위까지 자율적인 권한을 줘야하는 걸까?’

네번째는 권한 이양의 범위를 설정하지 못하는 데 있다. 특히 최근 기업 보안이 중요해지면서 함부로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오히려 높아진 듯 하다.

그러나,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부하 직원들에게 무엇인가를 허가하고 승인하는 특권만을 부여하는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구성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구성원 스스로 리더십을 갖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구성원이 스스로리더십을 형성한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익히고, 업무에 대한자신감을 가지며 특히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수동적 데이터를 능동적 정보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율권을 부여할 때 물론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중대한 사안까지 모두 맡기고 리더는 그저 손 놓고 있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직급 또는 직책에 따라 자율성 부여의 범위를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해야지, 무턱대고 알아서 혼자 다 결정하라는 것은 자율성 부여가 아니라 오히려 리더의 방만한 운영에 해당된다.

그리고, 산업별/직군별 자율권 부여의 범위는 융통성 있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안이 생명인 산업에서는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자율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 군사 관련 기밀이나 기업의 핵심 기술 자료 등에 대한 보안은 물론 유지해야한다. 다만 제조나 서비스 등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 기업들의 경우, 자율권 부여가 중요한 움직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무턱대고 보안이 생명이니 구성원 자율성 부여는 안된다는 것은 독재자가 되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모든 정보를 혼자 다 쥐고, 모든 의사결정을 내가 하겠다는 심보이다. 보안이 중요하긴 하지만, 기업 내 정보와 자료들은 서로 공유할 때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정보 공유의 범위나 의사결정의 주체를 단계화시킨다면 윤리적 문제를 줄이면서 구성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⑤ ‘요즘같이 어려울 때, 당장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데…’

다섯번째는 단기 성과중심적 사고를 들 수 있다. 리더들은 매년 성과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에, 당장의 성과 창출에 아무래도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저 구성원들에게 자율적으로 믿고 맡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중앙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진두지휘해야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분권화를 통해 자율권을 부여했다가는 의사결정이 느려지거나 미숙한 결정 등으로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특히 자율권을 부여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요즘 같은 불황기에 갑자기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유로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고 리더 등의 소수 개인에게만 의존한다면 그 기업은 천재적 리더가 지속적으로 배출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당장의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일부 소수 리더의 생각에만 따르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조직의 전체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율성 부여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넘겨주라는 의미가 아니다.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구성원 자율성 부여를 위한 작은 노력들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Ⅲ. 자율이 넘치는 기업 만들기 5

구성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성원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자율권을 부여한답시고, 부하 직원들에게는 ‘스스로 일을 찾아서 성과를 내봐’라고 한다면 구성원들은 선장을 잃은 선원처럼 표류하기 마련일 것이다. 리더역시 아무리 인내심이 높다 하더라도 우왕좌왕하는 부하 직원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앞으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① 비전과 철학부터 공유시켜라

구성원 자율성 부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기업의 철학이나 가치 범주안에서 자율성을 발휘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제각각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이 아니며 오히려 조직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구성원 자율성 부여가 회사 전체 목적에 걸맞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회사의 경영 철학이나 가치를 깊이 공유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무엇을 위한 자율인지 이해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하면서 최소한 회사에 누가 되는 행동은 스스로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은 소집단 독립채산제로 각각 활동하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은 조직체이다. 아메바는 관리/통제 하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성을 발휘해 일을 함으로써 자기 능력을 높여갈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자율성이 높은 조직체이기 때문에 항상 리더와 구성원들의 경영에 대한 의식, 높은 도덕성 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교세라는 이타주의와 전체의 조화라는 철학을 깊이 전파시키고 있다. 즉, 아메바는 공통 경영 이념을 가지고 한 회사속에서 함께 일하는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에 항상 이기주의를 버리고 회사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아메바들은 자신들의 생산성만을 생각하기보다 아메바의 채산이 어려워지더라도 사업 전체를 위해 매가(賣價)를 낮추는 등의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린다고 한다.

② 철저한 책임의식을 강조하라

구성원들에게 자율을 부여하게 될 때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는 적당히 일하고 자유롭게 놀면서 진정한 ‘자율’의 문화를 흐리게 만드는 소수의 ‘무임승차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무시한 채 권한만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강한 책임의식이 바탕이 되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자율성이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구성원들에게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수반됨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홀푸드 마켓은 점포 내 각 팀 단위별로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각 매장은 약 8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팀은 가격 결정이나 주문, 채용, 매장 내 제품홍보 등 운영상 중요한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있다. 본사에서 내려오는 규칙도 최소화하여 운영되고 있다. 대신 각 팀은 수익으로 평가를 받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각 팀의 노동생산성은 분기마다 평가된다. 홀푸드 마켓은 4주마다 한 번씩 모든 상점의 팀들을 대상으로 노동 시간당 이윤을 계산한다. 그리고 일정 수준을 넘는 성과를 낸 팀은 다음 급여일에 보너스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각 팀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각 팀원들이 갖고 있는 채용 권한의 예를 보자. 각 팀원들은 함께 일할 동료를 채용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단순히 친분이나 개인적 선호에 의해 채용을 하지는 않는다. 신입 동료가 제 역량을 발휘하고 제대로 일해야 팀의 성과가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엄격하고 꼼꼼하게 신규 인력 채용을 검토하게 된다. 자율권과 함께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홀푸드 마켓의 이러한 시스템은 오히려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높이고 관료적인 통제는 더욱 줄어들게 하며, 구성원들의 로열티를 제고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③ 작고 유연하게 움직여라

기업이 성장하면 규모가 확대되는데, 규모 확대는 기업 내 위계질서와 관료주의를 강화시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 조직을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구성원들은 리더에게 의지한 채 주인의식을 상실하고, 기업은 의사결정 단계 수가 증가하면서 그 속도가 저하되는 ‘대기업병’에 걸리게 된다. 또한 스탠퍼드 공대의 로버트 서튼교수에 따르면 “대기업병을 앓게 되면 엄격한 위계질서와 직급간 격차 때문에 구성원간 아이디어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도 않고 결국 구성원들의 동기를 떨어뜨린다”고 한다.

따라서 구성원 자율성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대기업병을 예방하고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소규모 조직으로 운영할수록 수평적인 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각 구성원의 권한이 커진다는 점에서 구성원 자율성 확대에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율성이 강한 기업 대부분은 작고 유연한 조직 운영을 실천하고 있다. 일례로 고어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어떤 건물이나 공장도 200명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부서가 커지면 계층이 생기고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하락하며 동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소규모 팀 조직을 활용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구글 직원 중 제품 개발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팀 단위로 일을 하는데, 이때 한 팀의 평균 인원은 3명이라고 한다. 지메일과 같이 커다란 프로젝트조차 30명의 사람들이 서너개의 팀으로 나누어 작업했다고 한다. 이러한 소규모 팀을 운영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구성원들의 창의성 발현이더 쉬운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회사를 20~30명 단위의 소집단으로 쪼개어 운영하는 교세라도 마찬가지다. 교세라는 아메바라고 불리는 소집단을 활용하여 운영함으로써 소규모 기업 경영자와 같은 의식을 지닌 리더와 구성원이 증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④ 구성원들간 협력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자율은 구성원들의 주도성/능동성을 강조한 것이지, ‘혼자 알아서 해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혼자 고민하고 혼자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논리나 편협한 사고에 빠질 수 있어 오히려 위험하다. 따라서 올바른 자율이 시도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고 결정하되, 구성원들간의 원활한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집합적 창의성을 발현하도록 해야 한다. 즉, 기업은 구성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주고받음으로써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구글은 사내 통신망인 ‘MOMA(Message Oriented Middleware Application)’를 통해 회사 내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검색하고, 구성원들과 상호 의사소통하고 자유롭게 피드백을 얻거나 도움을 부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구글의 모든 연구원들은 1주일마다 개인 활동과 성과를 요약하여 사내 웹사이트에 올리게 되어있다. 어떤 구글 직원이든 목록을 검색하여 비슷한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동료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추세를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비슷한 프로젝트를 연구한 동료들에게 자문이나 도움을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 구글은 개방성과 자유로운 의사소통 시스템이 구성원들의 자율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최근 13년간 8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어 모두 큰 성공을 거둔 픽사는 리더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픽사는 창의적인 인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자유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대신 구성원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두뇌위원회(Brain Trust)’를 운영하고 있다. 픽사의 두뇌위원회는 CEO인 존 라세터와 경험이 풍부하고 뛰어난 감독 여덟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픽사에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 및 제작자들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스스로 두뇌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 두뇌위원회와의 회의에서 현재 진척사항을 보여주고, 현 어려움 등을 공유하고 나면, 회의 참석자들은 조금 더 괜찮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토론한다. 이때 두뇌위원회는 조언만 해주고, 그들의 조언에대한 의사결정은 제작 담당 감독이나 휘하팀원들이 한다. 두뇌위원회의 조언이라고 하여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고, 두뇌위원회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두뇌위원회의 의견은 아무런 강제성이 없고, 다만 영화 제작 감독과 팀원들이 두뇌위원회의 뛰어난 리더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둔 것이다.

⑤ 인내 비용(Endurance Cost)을 견뎌라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회사나 리더가 구성원들이 성과를 창출해낼 때까지 조금 답답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빠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내가 하던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참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업무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순간, 구성원의 자율성 부여는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고어의 CEO 테리 켈리는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리더십부터 달라져야 한다. 리더가 힘을 넓게 배분하고 조직 내 혼돈(Chaos)과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점을 잘 참아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인내 비용의대표적 요소는 바로 실패 비용인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 기업은 실패를 관리하고 실패를 회복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래도 구성원들의 자율권 부여가 시작되면 초기에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나 리더가 실패를 관리하고, 실패를 통한 학습을 장려함으로써 반복되는 실패를 최소화하는데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픽사는 경영진이 위험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고자 하는 본능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츠 회장도 실패를 격려하는 편이다. “빨리 실패하라. 그래야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강구하고 이를 시도해보도록, 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리더 입장에서 실패는 두려운 존재다. 따라서 리더에게만 인내 비용을 감수하라고 하기 이전에 조직 차원에서도 인내 비용을 견딜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의미 있는 시도에 대해 결과가 아닌 과정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직 전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주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무엇보다 믿음과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그러나 구성원 자율성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경영층과 구성원간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시스템을 구축해 놓는다 하더라도 상호간의 신뢰가 없다면 진정한 자율권 부여가 시도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도 자발적으로 헌신하기보다 자율성을 악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업은 구성원들을 인간적으로 믿고, 구성원들 역시 능동적인 주체자로서의 자세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작은 것에서부터 구성원들의 역량을 믿고, 자율성을 부여하여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고 자발적 헌신을 유도해내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상호간에 더 높은 신뢰를 쌓게 되는 선순환의 고리를 강화하게 되어 결국 신뢰 경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데 5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몰입하기는 힘들고, 놀게 내버려둬도 1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놀지도 못한다. 관리/통제 방식으로 억지로 일을 시킨다고 최고의 생산성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굳이 관리하고 통제하지 않더라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고 스스로 업무에 몰입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할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는 LG 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가치를 부여하고 강하게 믿어야만 진정으로 동기부여가 되고 제대로 일을 하게 된다.”고 말하는 고어의 CEO 테리 켈리의 구성원에 대한 믿음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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