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30 14:52 PM

1. 갈수록 악화되는 한국의 노사관계
 
 (현황) 2002년 배럴당 20달러였던 두바이산 원유가 6배 상승한 가격인 120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연말까지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 속에 화물연대의 파업과 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의 총파업 예정 등으로 인해 국가경제 발전에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2006년 기준, 한국의 노사분규로 인한 수출차질액은 20억 6400만 달러로 GDP의 0.23%이며, 생산차질액은 3조 324억 원이었다. 그리고 ‘98~’99년 42~46%에 이르렀던 불법분규 비중은 ‘06년에 17.4%로, 직장폐쇄 건수도 ’06년을 제외하고는 감소하여 한국 노사관계의 안정화 기초가 형성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건당분규 지속일은 ‘04년 24.7일에서 ’06년 54.5일로 2배 이상 증가하였고, 500인 이상 기업의 분규비중도 ‘01~‘05년 20%대에서 ’06년에 다시 40%대로 증가하는 등 노사분규의 특징이 전국 파업에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국가경제 측면에서 볼 때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06년도 분규로 인한 생산 및 수출차질액의 98.5%와 98.8%가 9개 대형사업장에서, 그리고 94.7%와 98.3%가 4개 자동차 회사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한국의 노사분규수는 일본에 비해 3.3~8배(’05~06’년), 미국에 비해서는 6~36배(’05~06’년)나 많아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세계경쟁력 연차보고서를 통해 지난 6년간 한국의 노사관계 생산성이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라고 평가하였다. 

 (문제점) 노사관계에 대한 문제점을 노사관과 협의방식, 그리고 노사정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선 한국의 노사관은 협력적 관계보다는 계급투쟁적․대립적 노사관이 형성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 노사관계는 박정희 정부의 경제성장 제일주의로 인한 노조억제 정책실시 이후, 블루컬러 중심의 노조와 재계의 계급갈등적  성격이 강했다. 비록, 김대중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협력체계를 일시적으로 형성했었지만, IMF시절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가 커 대립관계가 강해진 상황이다.

 둘째로 협의방식에서 노사간 협상을 위한 소통기회 및 창구가 부족하다. 비록 1998년 노사정위원회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이는 대국민 합의를 위한 협의단체이고, 각 기업별로 정보교류를 위한 노사협의제는 부족하다. 특히, 한국이 각국별 쟁의로 인한 손실일수에서 선진국보다 크다는 사실은  노사가 쟁의발생 이전에 상호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시도가 적었음을 의미한다.

셋째, 노조들이 임금협상 등 기업 현안보다는 사회 및 정치이슈 중심에 집중하고, 일부 귀족노조들은 집단이기주의로 노노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임금협상보다는 노동법 개정, 비정규직법, 한미FTA 등이 과거의 주요 이슈였고, 올해의 경우에도 기업현안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산별교섭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몇 년 전부터 비행기 조정사 등 일부 노조들은 운행시간 등 ‘안전 확보’를 내세운 파업을 통해 영어시험 면제, 운항 전 음주측정 금지 등의 과다 요구로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받았다.

 넷째, 사용자 측면에서는 단기적인 손실에만 집착한 나머지 노조와 근시안적인 협상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다. 선진기업들은 기업위기 시, 경영정보를 솔직하게 노조와 공유함으로써 고통분담을 공유하는 상생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중단 및 기업 손실을 우려해 민·형사상 책임을 비롯한 노조의 요구를 일관성 없이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노사간 중재자로서 적극적인 개입과 법집행의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08년 1월 전경련의 ‘노사관계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정부는 노사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0.2%로 나타났고, 정책측면에서도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등의 시행을 연기하는 등 적극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 또한 2007년 한미 FTA 파업, 이랜드 파업 등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 적용에서도 한계를 보였다.

□ 선진국의 경제위기시, 노사관계 안정화 사례

 한국의 노사관계 문제점 해결을 위한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일본, 미국, 영국,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 자발적 협조체계 구축형) 우선, 일본은 엔고불황 시기, 전국노조의 자발적인 협조체계 구축을 통한 노사단결로 노사안정을 이루어 낸 경우이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인한 엔고불황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일본은 ‘경제폭탄시대’를 맞았고, 정부는 민간기업 육성정책을 실시하면서 공공부문 민영화와 임금억제, 최저 임금적용 범위축소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에 노조는 실업률 상승과 경제위기 공감으로 감량경영, 노조파업 자제 등 노사협조운동을 전개하였고, 사용자측은 경제단체 중심으로 노사협의제를 보급하였다.

일본이 노사단결로 노사안정을 이룰 수 있었던 성공요인에는 노조생성기에 생성된 종신고용제, 연공서열제도, 기업별 노동조합 등 노사문화와 우익계 노조의 강화, 상부 노동단체로부터의 노사협조운동, 노사협의제 보급이 있다.

(영국: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발휘형) 영국은 강력한 정부의 리더십으로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킨 경우이다.

1976년 IMF 구제금융, 高복지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 연 실업률 10%대 등 소위 ‘영국병’을 앓고 있었지만, 새로이 집권한 보수당의 대처정부는 영국병 퇴치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강력한 노조억제정책을 실시하였다. 비록 탄광노조가 불법파업으로 강력하게 대응하였으나, 노노갈등과 파업실패, 노조위원장의 수뢰혐의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노조세력은 약화되었다.

물론 단일협상을 중심으로 하는 신형태 협약을 외국기업이 도입하고 사용자측의 인적자원관리의 도입도 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대처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노조억제 법률, 불법파업에 대한 경제적 손실 부과 법안이 노사안정의 성공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사용자 중심 법치주의형)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법치주의를 통해 노사관계 안정을 유도한 경우이다.

1980년 2차오일 쇼크로 경제위기를 맞은 미국은 레이건 노믹스를 통한 경제회생 정책을 실시하던 중 미국관제사 노조의 불법파업에 직면하게 되었고, 정부는 1만 2,000명을 해고하는 초강수의 법치주의로 불법파업을 해소하였다. 그리고 국가경쟁력 하락 이유로 노조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가 여론에 의해 지적되면서 노조는 단체협상 시, 임금․근로조건의 양보 대신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양보교섭을 수용하는 등 세력이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사용자들은 노조존속 공장의 규모를 축소하고, 노조세력이 약한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였으며, 인적자원관리의 적극 도입을 통해 노조를 약화시켰다.

이러한 강력한 법치주의가 가능했던 이유는 노사관계에 미국정부의 개입이 낮고, 주주이익중심의 기업경영 토대 위에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자율적 해고와 종업원 복지 無의무 등 사용자 중심의 노사관계 제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독일: 노사정 협의체형) 독일은 노사정 중심의 협의와 고통분담으로 노사관계가 안정화된 경우이다.

90년대 후반부터 통일후유증 등으로 실업률이 6.4%~12%대에 달했던 독일은 ‘유럽의 병자’라고 평가를 받았다. 이에 독일정부는 ‘Agenda 2010’이라는 사회복지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발표하고, 해고금지제 적용 완화, 고용보장억제 정책 등을 실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사민당내 친노조 세력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찬성하였다.

한편 사용자들은 정부정책에 따라 초기 인원감축과 공장 패쇄 등을 실시하였지만, 노조의 유연근무제 제안에 공장이전 계획을 철회하는 등 고통을 분담하였다. 독일의 노사관계가 협력적인 이유는 노조활동을 사회혁명보다 자본주의 내에서의 개혁과 임금투쟁에 한정한다는 ‘경제적 조합주의’가 1910년대부터 형성되었고, 경영조직법으로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파업권을 가진 산별노조가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사회정책 협의에 적극적이며, 개별기업에서는 기업정책 결정에 참여 가능한 종업원협의회가 있기 때문이다.

□ 한국형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과제

 (기본 방향: 법치주의와 고통분담에 기초한 노사 자율협력체제 구축) 향후 한국이 구축해야할 新노사관계모델과 관련하여 선진국들의 모델들은 각각의 한계점을 가진다.

우선 영국모델은, 박정희 정부시대부터 실시된 노조억제 정책으로 형성된 지금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모델은 종업원들이 다국적․다민족으로 구성되어 응집력이 약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시각에서 본다면,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한국에서의 적용가능성은 낮다.

독일모델도 한국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유럽식이 아닌 미국식 모델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한 주주들의 수용이 어렵다.

반면에 일본은 연공서열제, 기업별 노동조합 등 노사관계 특징과 ‘춘투’ 등 쟁의문화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벤치마킹 모델로써 가장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좌우익 노동계의 이분화 및 우익계 강화와 같은 노동계 내부 현상이 한국에도 반드시 적용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법치주의, 독일의 고통분담과 같은 장점들을 결합한 ‘한국형 노사관계 안정 모델’이 한국에 필요하다.

다시 말해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하는 법치주의와 고통분담에 기초한 노사관계 자율협력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과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유발하는 불법․정치파업 근절에 주력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대국민 대상의 홍보에 집중하고, 법치주의에 입각한 무관용 원칙 고수와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로는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의 분리보다는 일관성을 확보함으로써 시너지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성장’이라는 경제정책 하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노동정책이 구현되지만, 한국은 ‘성장’이라는 현재의 정책 속에 과거정부의 ‘분배’ 정책으로 파생된 정책이 존재해 일관성이 떨어진다.

셋째는 현재 노조탈퇴로 기능이 축소된 노사정 위원회를 시급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로 인한 한국의 노사문제는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과제) 노조 등 노동자가 사용자와 계약관계자라는 입장에서 협력자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노조에 일방적인 고통부담보다는 사용자도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노사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노사협의제 활성화와 원활한 단체협상을 위한 노사간 先공유-後협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는 참여․복지제도 등 인적자원관리 도입으로 노사상생의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노조의 과제) 노조 또한 기업과 사회, 국가에 책임을 지는 당당한 주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불법․정치파업에 대한 자체감소를 위해 자율규제 방안을 도입하고,

둘째, 산별노조․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정치이슈와 기업이슈를 분리해서 정치이슈는 노사정위원회에서, 기업이슈는 기업별 단체협상에서 논의하는 선진화된 협상문화 도입이 필요하다. 

 

※ 본 칼럼에 게시된 글은 작가 고유의 시각으로 아이비타임즈 코리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